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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도 표준이 생길까? IETF에 AAIF 초안 공개
최근 IETF에 흥미로운 초안 하나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름은 AAIF(Autonomous Agent Interchange Format)로, 아직 초안 단계이지만,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공통된 형식으로 정의하기 위한 표준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OpenAI Agents, LangGraph, CrewAI, AutoGen, ElizaOS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등장했지만, 각 플랫폼은 에이전트를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시스템 프롬프트, 모델 설정, 메모리, Tool, 워크플로우 등을 저장하는 구조가 제각각이다 보니, 하나의 프레임워크에서 만든 에이전트를 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Research Agent를 만들더라도 LangGraph에서 작성한 구성을 OpenAI Agents나 다른 런타임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대부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AAIF가 해결하려는 문제도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런타임에서 만들어졌는지와 관계없이,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공통된 문서 형식으로 정의하자."
마치 OpenAPI가 API를, Dockerfile이 컨테이너 환경을 표준화했듯, AAIF는 AI 에이전트 자체를 표현하는 공통 언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직 Internet-Draft 단계인 만큼 앞으로 내용은 충분히 바뀔 수 있지만,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점점 커지는 지금 시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느껴졌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범위를 다룹니다
에이전트의 이름, 시스템 프롬프트, 사용하는 LLM 정도를 정의하는 수준의 설정 파일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 초안을 읽어보면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AAIF는 단순히 “어떤 모델을 사용하는가”를 넘어 AI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하나의 문서 안에서 선언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초안에는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Agent Identity — 에이전트의 이름, 버전, 메타데이터
- Goal — 에이전트의 목적과 역할
- System Instructions — 시스템 프롬프트와 동작 지침
- LLM Provider & Fallback Routing — 모델 선택과 장애 발생 시 대체 모델 정책
- Multi-Agent Orchestration —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워크플로우
- Tool Catalog — Function, MCP, HTTP API, OpenAPI 등 다양한 Tool 정의
- Memory — 메모리 구성 및 저장소 설정
- Runtime Policy — Timeout, Retry, Approval 등 실행 정책
- Telemetry — OpenTelemetry 기반의 실행 로그와 모니터링
- Evaluation — LLM-as-Judge를 포함한 평가 기준
- Compliance — 보안, 규제, 데이터 처리 정책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어떤 AI 모델을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하나의 AI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정책까지 모두 기술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AAIF는 단순한 설정 파일이라기보다 “에이전트의 선언적 명세서(Declarative Specification)”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실제 런타임이 이 명세를 해석해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면, 플랫폼 간 이식성과 상호운용성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행 방식을 표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AAIF 초안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실행 엔진(Runtime) 자체를 표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AIF가 표준화하려는 것은 에이전트의 실행 방식이 아니라, 에이전트 자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입니다.
초안 기준, AAIF 문서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언적으로 정의해야합니다.
- 이 에이전트는 누구인지(Identity)
- 어떤 역할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Goal)
- 어떤 시스템 프롬프트를 사용하는지(System Instructions)
- 어떤 LLM을 사용하는지(Model)
- 어떤 Tool을 사용할 수 있는지(Tool Catalog)
- 어떤 Memory를 사용하는지(Memory)
- 어떤 정책과 제약 아래 동작하는지(Runtime Policy)
이렇게 정의된 AAIF 문서를 기반으로 각 플랫폼이나 런타임이 자신의 방식대로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LangGraph는 LangGraph의 실행 엔진으로, OpenAI Agents는 OpenAI의 런타임으로, 동일한 AAIF 문서를 해석해 실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AAIF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실행 엔진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실행 엔진이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에이전트의 정의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Docker나 OpenAPI와도 조금 닮아 있습니다. Docker가 컨테이너 내부 구현을 강제하지 않고 실행 환경을 기술하고, OpenAPI가 서버 구현과 관계없이 API 계약을 정의하듯, AAIF 역시 런타임과 독립적인 ‘에이전트의 공통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Multi-Agent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AAIF 초안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처음부터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아닌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환경을 중요한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AI 에이전트는 단일 모델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역할이 다른 여러 에이전트가 작업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요청을 처리할 때, Planner가 작업 계획을 세우고 Researcher가 정보를 수집한 뒤 Developer가 구현을 담당하고 Reviewer가 결과를 검토하는 것처럼, 여러 AI 에이전트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협업하는 방식이 점차 일반적인 아키텍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AAIF도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Multi-Agent Orchestration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Sequential Pipeline — 여러 에이전트가 순차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
- Parallel Swarm —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
- Dynamic Routing —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에이전트로 작업을 동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 Mid-run Handoff — 실행 도중 다른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넘기는 방식
이 부분을 보면서 AAIF가 단순히 “에이전트 하나를 정의하는 포맷”을 넘어,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생태계 자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LangGraph, CrewAI, OpenAI Agents 등 주요 프레임워크들도 여러 에이전트가 하나의 워크플로우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AAIF 역시 이러한 흐름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MCP를 대채하는 표준은 아닙니다
AAIF가 MCP나 A2A와 경쟁하는 새로운 표준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역할이 상당히 다릅니다. 오히려 각각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가깝습니다.
현재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MCP → AI 에이전트가 외부 Tool과 연결하는 방법
- A2A →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통신하는 방법
- ARD → AI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발견(Discovery)하는 방법
- AAIF → AI 에이전트 자체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할 것인지
즉 MCP가 Tool을 연결하고, A2A가 에이전트 간의 협업을 담당하며, ARD가 어떤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면, AAIF는 “이 에이전트는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 셈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최근 등장하는 여러 표준들이 서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씩 채워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ARD를 통해 에이전트를 발견하고, ACPM으로 기능을 확인한 뒤, AAIF로 에이전트를 가져와 실행하고, MCP를 통해 Tool을 호출하며, A2A를 이용해 다른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흐름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대부분의 표준이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공통 기반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AAIF 초안 링크: https://www.ietf.org/archive/id/draft-schemacommons-aaif-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