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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된 새우젓에 ‘김장 포기’ 속출… 1kg에 3만 원짜리 ‘백화점 김치’ 불티나는 이유

"올해 김장은 포기하고 그냥 사 먹는 게 이득일까?" 찬 바람과 함께 한국인들의 이 같은 고민이 깊어지면서 '김치'를 찾는 손길이 분주해졌습니다. 주재료인 배추 가격이 겨우 안정을 찾았나 싶더니, 무와 새우젓 같은 필수 속재료 가격이 무섭게 치솟아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난 탓입니다. 이 틈을 타 집에서 직접 담그는 대신 호텔이나 백화점이 선보이는 프리미엄 포장김치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올겨울 식탁 위 '김치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배추는 내렸는데 무·새우젓이 복병… 올해 김장이 유독 망설여지는 이유

“올해는 배추 가격이 좀 안정됐다는데, 김장 한번 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에 나섰다가 지갑을 도로 닫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재료인 배추만 보면 그럴싸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6,25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가량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복병은 따로 있습니다. 배추 속에 들어갈 핵심 부재료들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과 집중호우의 후폭풍은 배추보다 무와 같은 부재료에 더 뼈아프게 작용했습니다. 김장의 필수 파트너인 무 소매가격은 개당 평균 2,778원으로, 지난해 대비 무려 32.79%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김치의 깊은 풍미를 책임지는 새우젓 가격마저 1kg당 평균 18,973원으로 지난해보다 23.36% 올랐습니다. 배추 몇 포기 싸게 샀다고 좋아하다가 무와 새우젓을 바구니에 담는 순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영수증을 마주하게 되는 셈입니다. 배추 가격 하락이라는 착시 효과 뒤에 가려진 혹독한 ‘속재료 인플레이션’이 많은 가정이 선뜻 김장 테이블을 차리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540억 대박 터진 호텔 김치… 전용 공장까지 새로 짓는 사연

김장을 포기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손 분주해진 곳은 뜻밖에도 최고급 호텔들입니다. 집에서 김치 담그기를 포기한 소비자들이 대거 프리미엄 포장김치로 눈을 돌리면서, 하이엔드 김치 시장이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극적인 수혜를 입은 곳은 조선호텔앤리조트입니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김치 판매로만 무려 5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3.8%라는 가파른 성장률을 이어오더니, 올해 9월까지의 누적 매출마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껑충 뛰었습니다. 주문이 폭발적으로 밀려들자 조선호텔은 경기도 성남에 약 1,652㎡ 규모의 프리미엄 김치 전용 센터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늘어나는 김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제조 시설을 아예 새로 올리는 셈입니다.

이러한 프리미엄 김치 열기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됩니다.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마켓컬리의 포장김치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용량입니다. 100g에서 1kg 사이의 소용량 패키지 매출이 39%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대량으로 김치를 들여놓고 묵혀 먹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1인 가구와 소가족을 중심으로 맛있는 김치를 조금씩 사서 신선하게 즐기는 소비가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1킬로그램에 3만 원짜리 초고가 김치… 백화점까지 뛰어든 프리미엄 전쟁

포장김치 시장이 무섭게 커지자, 프리미엄의 끝판왕 격인 백화점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10월 13일, 전국 주요 점포에서 자사의 전통 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을 통해 '명인명촌 김치'를 공식 출시합니다. 압구정본점을 시작으로 판매에 나서는 이 김치의 가격은 1킬로그램당 3만 원 선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포장김치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무려 세 배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입니다.

김치 한 포기 가격치고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한데도 백화점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원재료의 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안 천일염, 아산 새우젓 등 전국 각지의 전통 식품 명인들이 생산한 최고급 원재료만을 엄선했습니다. 조금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기겠다는 프리미엄 소비 성향을 명확히 공략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이미 하이엔드 시장을 굳건히 장악하고 있는 조선호텔과 롯데호텔 등 전통의 호텔 김치 브랜드에 백화점 자체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올가을 프리미엄 김치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타오를 전망입니다.

식당에선 1천 원 중국산, 집안에선 3만 원 호텔산… 식탁 위 극단적 양극화

이러한 흐름은 한국인의 식탁 위에 흥미롭고도 씁쓸한 양극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김치 소비는 '밖에서 먹는 김치'와 '집에서 먹는 김치'로 완전히 쪼개졌습니다. 밖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초저가 수입 김치가 영토를 넓히는 반면, 안에서는 한 입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프리미엄 김치가 인기를 끄는 기묘한 공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들입니다. 고물가와 운영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는 김치 값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많은 식당이 1킬로그램당 평균 가격이 1,000원 미만인 저렴한 중국산 수입 김치를 빠르게 들이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 앞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국산 김치 고집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첫 번째 선택지가 된 셈입니다.

반면 일반 가정의 식탁 풍경은 정반대입니다. 매끼 많은 양을 소비하지 않는 만큼, 식구들이 직접 입에 넣는 김치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확실한 맛과 품질을 보장하는 명품 김치를 고집합니다.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1킬로그램당 3만 원짜리 고급 김치를 소량씩 사서 아껴 먹는 일종의 스몰 럭셔리 소비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온라인 플랫폼 컬리에 따르면, 2026년 7월부터 9월까지 포장김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습니다. 이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소포장 제품이었습니다. 100그램에서 1킬로그램 사이의 소용량 패키지 매출이 무려 39% 급증하며 전체 판매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한쪽에서는 1,000원짜리 수입 김치가 식당 테이블을 점령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3만 원짜리 호텔 김치가 냉장고 한편을 차지하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대한민국 식탁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장 문화의 구조적 변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온 가족이 빨갛게 버무린 배추를 맛보며 한 해 겨울을 준비하던 김장은 이제 매년 치러야 하는 의무가 아닙니다. 꼼꼼하게 비용과 노동력을 계산해 결정하는 철저한 선택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 오래입니다. 배추 가격이 소폭 내렸다고는 하지만 무와 새우젓 같은 필수 부재료 물가가 워낙 매섭다 보니, 편리함을 우선하는 소비 성향과 맞물려 프리미엄 포장김치의 전성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습니다.

결국 올겨울은 식탁 위 김치의 양극화가 완전히 자리 잡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식당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1kg에 1,000원도 안 되는 값싼 수입 김치를 내놓고, 가정에서는 1kg에 3만 원이 넘는 최고급 김치를 기꺼이 구매하는 기묘한 공존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었던 김장은 이제 철저한 취향과 효율의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13일 첫선을 보일 백화점의 초고가 신제품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호텔 김치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그리고 고물가가 앞당긴 이 극단적인 식탁의 양극화 속에서 우리 고유의 김장 문화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명맥을 이어갈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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