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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가 쏘아 올린 '41억 부유세': 한국의 종부세 논란 속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

순자산이 10억 포린트(약 41억 원)를 넘으면 매년 초과분의 1%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지난 10월 6일, 헝가리의 피테르 머저르 신임 정부가 2027년부터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새로운 부유세 계획이 국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늘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물론 예금과 주식, 심지어 요트 같은 사치품까지 모두 합산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이 과감한 시도는 과연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을까요?

순자산 41억 원 넘으면 연 1%: 헝가리 부유세의 상세 세율 구조

헝가리 정부가 설계한 부유세의 기본 뼈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적용 시점은 2027년 1월 1일로,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순자산을 평가해 세금을 매깁니다. 당장 2026년 마지막 날에 보유한 자산부터 평가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과세 기준선은 자산 규모에 따라 두 단계로 설계되었습니다. 먼저 개인의 순자산 중 10억 포린트(약 41억 원)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 1%의 세금을 부과합니다. 자산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큰 초고액 자산가에게는 더 무거운 책임이 주어집니다. 순자산이 1,000억 포린트(약 4,100억 원)를 넘어서면 그 초과분에 대해 연 1.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전체 자산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준점을 넘어서는 초과분에만 누진 세율을 얹는 구조입니다.

세금 납부는 정부가 고지서를 보내는 방식이 아닌, 납세자가 직접 자산을 평가해 자진 신고하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매년 말 기준으로 평가된 자산을 바탕으로 이듬해 8월 31일까지 신고와 납부를 마쳐야 합니다.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헝가리의 자산가들은 2027년 8월 31일에 첫 번째 부유세 자진 신고를 마치고 세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빚은 빼고 지방세는 깎아주고: 이중과세를 막는 정교한 설계

이번 헝가리 부유세의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많이 거두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꼼꼼하게 설계된 그물망과 이를 보완하는 장치에 있습니다. 우선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자산의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부동산이나 은행 예금은 물론이고 주식, 채권, 기업 지분, 그리고 요트 같은 고가의 사치품까지 과세 대상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헝가리 영토 안에 있는 자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보유한 모든 글로벌 자산을 합산해 계산합니다.

하지만 자산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세금 폭탄을 맞지는 않습니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자산을 사기 위해 빌린 은행 대출금처럼 아직 갚지 못한 채무는 전체 자산 평가액에서 제외됩니다. 빚을 제외한 진짜 내 자산만 골라내 세금을 매기겠다는 뜻입니다.

가장 합리적인 대목은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한 이중과세 방지 장치입니다. 납세자가 이미 지방정부에 납부한 재산세나 자동차세 등은 최종 부유세를 산정할 때 전액 공제 혜택을 받습니다. 똑같은 자산에 대해 지방세와 국가 부유세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일을 막아 납세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정교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2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보유한 자산을 평가하여, 납세자가 2027년 8월 31일까지 스스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첫 레이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정권 교체가 부른 조세 격변: 왜 하필 지금인가?

이 전격적인 세제 개편의 밑바탕에는 헝가리 정계를 흔들어 놓은 극적인 정권 교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2026년 4월 총선에서 피테르 머저르(Péter Magyar)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티사(Tisza) 당이 장기 집권하던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의 피데스(Fidesz) 당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오랜 일당 독점 체제가 무너지면서 조세 정책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머저르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이토록 과감한 카드를 꺼낸 이유는 명확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산 불평등 완화를 실현하는 동시에, 당장 눈앞에 닥친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6년 헝가리의 국가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심각한 수준입니다. 텅 빈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결국 초고액 자산가들의 주머니를 먼저 열기로 결단한 셈입니다.

헝가리 현지 경제연구소인 GKI는 이번 부유세가 성공적으로 도입되어 기업 지분과 투자 자산까지 과세 대상이 넓어지면, 연간 최소 3,000억에서 최대 6,000억 포린트(약 1조 2,300억~2조 4,6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대적인 정권 교체 이후 재정 정상화를 노리는 신임 정부에게 이 추가 재원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카드입니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 논란과 헝가리의 실험이 던지는 질문

왜 한국인들이 이 먼 동유럽 국가의 부유세 도입 소식에 주목하는 걸까요? 바로 국내에서 해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본질적인 고민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종부세는 매년 완화와 폐지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특정 부동산 자산에만 과세가 집중되다 보니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시장 가격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세제를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비판도 상존합니다. 실거주자나 은퇴자처럼 소득 흐름과 상관없이 집값 상승만으로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게 되는 이들의 불만도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반면 헝가리가 발표한 부유세 실험은 접근법이 확연히 다릅니다. 특정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식히는 도구가 아니라, 예금과 주식, 채권, 사치품까지 모두 합산한 개인의 전체 순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가진 부의 총량에 맞춰 정당한 몫의 세금을 매겨 재정 건전성을 다지고 소득 격차를 좁히겠다는 세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셈입니다.

부동산 편중 현상이 유독 심한 한국 사회에서, 전체 자산의 크기를 공평하게 측정해 과세하려는 헝가리의 조세 실험은 단순한 외신 보도를 넘어 우리 세제 논의에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세수 증대와 자본 유출의 기로: 헝가리가 맞이할 진짜 시험대

자산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정책은 언제나 뜨거운 논쟁을 동반합니다. 세수를 확보해 국가 재정 적자를 메우고 양극화를 줄이겠다는 머저르 정부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실제 자산가들이 이 촘촘한 세법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먼저 마주할 진짜 시험대는 2027년 1월 1일 제도가 공식 시행된 이후, 첫 자진 신고 기한이 도래하는 2027년 8월 31일입니다. 지방 재산세와 자동차세를 깎아주는 정교한 이중과세 방지 메커니즘을 마련했음에도, 해외 자산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과세 그물망 앞에서 부유층이 순순히 지갑을 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지 경제연구소 GKI가 전망한 연간 3,000억에서 6,000억 포린트(약 1조 2,000억~2조 4,000억 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실제로 국고에 쌓일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자본 유출로 이어질지가 이 시기에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과거 유럽의 여러 국가가 부유세를 성급하게 도입했다가 자본 도피와 인재 유출을 버티지 못하고 폐지했던 역사적 전례가 있습니다. 헝가리의 이번 과감한 실험이 부유세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경고장으로 남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매년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자산 과세 논란으로 진통을 겪는 한국 사회 역시 헝가리가 받아 들 첫 성적표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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